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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강국의 조건 현대차의 생존전략

◎ 방송 : 2007년 8월 19일 (일) 밤 8시, KBS 1TV
◎ 연출 : 홍기호 PD

■ 기획의도

2006년 기준, 수출 1위인 자동차의 무역흑자는 373억 달러다. 전체 무역 흑자의 무려 228%에 이르는 규모다. 제2의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무역흑자가 87억달러라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 경제에서 자동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한국 자동차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차. 지난 7월말 현대자동차의 상반기 영업실적 발표가 있었다. 원화강세 속에서도 8천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2분기 영업실적은 2004년 이후 최고치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영업실적 개선은 내수 호조에 힘입은 바 크다. 해외시장 실적은 전년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미국에서 소폭(1.1%) 상승한 것을 제외하고는 중국에서 15.7%, 유럽에서 9.0% 판매가 감소했다.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올해 중국의 자동차 시장 판매 성장률은 20%로 예상된다. 물량이나 성장성에서 결코 등한시할 수 없는 중국에서의 부진은 심히 우려스럽다.
새천년 이후 4~5년간 고속 질주를 해온 현대기아차, 하지만 지금은 그 질주에 제동이 걸려 유턴마저 염려하는 상황이 되었다.
KBS 스페셜에서는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기로에 서있는 우리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진단해 보았다. 특히 올해 GM을 제치고 세계 제1의 자동차기업으로 등극한 도요타 자동차와의 비교를 통해 현대차가 해결하고 넘어야 할 당면과제는 무엇인지 제시한다.


■ 주요내용
흔들리는 해외시장, 위기의 신호탄인가? 중국 자동차 회사인 치루이는 지난 3월 중국 내 월간판매량 1위를 거머쥐었다. 한때 중국 내 월간 판매량 1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현대차는 지난 5월까지의 누적 판매량이 7위까지 떨어지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현대보다 늦게 중국에 진출한 도요타는 5월까지의 판매대수가 지난해 대비 76%나 증가하며 놀라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싼 가격의 차를 찾을 때는 중국차를, 높은 품질의 차를 찾을 때는 일본차를 찾는 현실 속에서 현대차는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다. 유럽에서도 현대차의 판매량은 크게 줄었다. 그나마 미국에서는 소폭 판매량이 증가했지만 정체 수준이라고 할 만하다. 도요타나 혼다 등 일본 메이커가 차지하고 있는 시장을 공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때 현대차를 강력한 라이벌이라고 추켜세웠던 도요타.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현대차를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 내부보고서 결론이라고 한다.

“현대는 25년간 도요타나 혼다를 무찌르려고 노력했지만 아직 그렇게 하지 못했다. 소비자들은 도요타차가 고장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 미셀린 메이나드(뉴욕타임즈 기자/[디트로이트의 종말] 저자) 인터뷰 중


뛰는 현대차, 날아다니는 도요타
(1) 불안정한 노사관계, 낮은 생산성
기아자동차 시화연구소. 이곳은 2년 전 현대와 기아의 기술연구소가 통합되면서 폐지됐다. 그러나 연구소는 아직도 가동 아닌 가동을 하고 있다. 13명의 직원이 근무지 이전을 거부하며 남아있기 때문이다. 문 닫은 연구소에서 이들은 일도 없이 2년째 출근도장만 찍고 있다. 이들 때문에 회사는 경비, 식당 직원, 간호사 등을 추가로 고용해야 했다. 연간 9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땅 값만 600억원이 넘는 연구소의 자산을 기회비용으로 환산하면 그 규모는 훨씬 커진다. 연간 약 1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낭비되는 셈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근무지 이전, 이른바 작업장 전환배치 시에는 반드시 당사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규약 때문이다.
시화연구소의 사례가 다소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전환배치는 노사 간에 쉽게 풀리지 않는 숙제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생산의 효율성을 위해 원하는 때, 원하는 공장에 적정한 인원을 전환배치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노조나 노동자 개인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노사 간 불신의 골이 깊기 때문이다. 노사 간의 불신은 노조의 강경 투쟁과 잦은 파업으로 연결되고 이것이 회사의 피해로 이어지는 상황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세계 제1의 자동차 기업 도요타. 도요타도 전환배치 시에 노조와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회사가 원하는 때, 원하는 방식으로 쉽게 이루어진다. 노사 간의 상호 신뢰가 돈독하기 때문이다. 1950년대 이래 단 한 번의 파업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처럼 협조적 노사관계는 높은 생산성으로 이어진다. 현대가 차 2대를 만들 동안 도요타는 3대의 차를 생산한다.

(2) 치열한 원가절감, 위협받는 부품산업
자동차는 수만 개의 부품으로 구성된다. 당연 부품산업의 경쟁력은 자동차 산업 발전에 필수적이다. 특히 비용 경쟁력 확보를 위한 원가절감은 부품업체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한 현대차 부품업체 이사는 “뼈를 깎는 원가절감, 마른 수건도 다시 짜는 원가절감”을 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부품업체의 원가절감을 지원하기 위해 현대차와 부품업체가 함께 설계단계에서부터 기술 개발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원가절감이 기술개발을 통해, 합리적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50개 기업 중 15개 기업이 순이익률 이상의 납품가 인하를 요구’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무리한 원가절감은 부품산업의 기반을 흔들고 자동차 품질을 저하시켜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업계에서 ‘원가절감의 神’이라 불리는 도요타. 도요타는 부품업체가 개선을 통해 원가절감에 성공했더라도 구매가격에 절대 반영하지 않는다. 상호 신뢰에 바탕을 둔 부품업체와의 공생이 장기적으로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해 준다는 것을 도요타는 알고 있는 것이다.


Beyond Toyota; Hyundai Way를 찾아서
제조원가가 판매가의 80%를 넘어가면 회사는 이익을 남기기 어렵다. 한국은 이미 그 선을 넘었다. 더 이상 저가자동차의 대량 생산으론 경쟁력을 얻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한국자동차가 살아남을 길은 결국 고부가가치 자동차, 즉 프리미엄 브랜드 자동차 생산이다. 지난 6월, 현대차는 KBS 스페셜 제작진에게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 내부를 전격 공개했다. 현대기아차의 두뇌라 할 수 있는 이곳은 그동안 베일에 싸여 언론에 한 번도 그 모습을 공개하지 않았던 곳이다. 기술연구소에서는 철저한 보안 속에 자동차 기술개발과 관련된 모든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제작진에게는 엔진개발팀, 풍동실험실, 미래형자동차 개발팀, 디자인 연구소의 작업 과정 등을 공개했다.
특히 올해 말 출시를 앞두고 있는 프리미엄 차량 제네시스의 개발 과정을 조심스럽게 공개했는데, 아직은 부족한 현대만의 브랜드 파워 확립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브랜드는 매력이다. 배우자를 맞으려고 해도 ‘좋은 사람’이라고만 하면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무엇인가 마음에 호소하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브랜드다.”
                                  - 다나카 마사토모(도쿄대 경영연구센터) 인터뷰 중